얼마 전 6월 1일, 국제 대학평가기관인 THE(Times Higher Edcuation)에서 '2022 아시아 대학 순위'를 발표하였다. 국내 대학들은 전반적으로 작년보다 순위가 하락하여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THE 아시아 대학평가의 평가지표는 교육여건과 연구실적, 논문 피인용, 산학협력, 국제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 대학들의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산학협력 점수는 매우 높은 반면 연구실적과 논문 피인용, 국제화 점수는 다른 아시아권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다. 결국 연구역량의 저하가 순위 하락의 원인인 셈이다.

국내 대학의 연구 경쟁력이 계속하여 저하되는 원인은 다양하다. 대학이 지원받는 연구비의 부족, 대학의 기술이전 및 사업화 실적 부진, 정량평가 위주의 연구실적 평가 시스템, 그리고 저조한 국제 공동 연구 비율 등은 모두 대학의 연구 역량과 경쟁력 발전에 방해가 되는 요인들이다. 그렇다면 대학의 연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첫째, 연구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대학이 연구비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2022년 우리나라의 전체 R&D 예산은 29조 8,000억원에 달하여 세계 5위에 달하는 수치이지만 이 가운데 대학에 배정되는 금액은 전체 규모의 약 32% 수준이다. 캐나다, 이탈리아, 영국 등이 약 69%에서 55%의 연구비를 대학에 투자한다는 사실을 보면, 우리나라의 대학 연구비 비중이 그렇게 높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블록 펀딩(Block Funding) 지원의 확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블록 펀딩은 연구기관의 목적이나 우선순위에 따라 기관장에게 예산집행의 자율권을 부여하는 연구비 지원 방식으로, 안정적인 연구비 지원과 함께 자율적 연구수행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다. 독일은 엑설런트 이니셔티브 제도를 통해 2006년부터 10여개 대학을 대상으로 매년 200억 규모의 연구비를 블록 펀딩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울산시 및 울주군이 블록 펀딩을 통해 UNIST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는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둘째, 대학의 연구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연구 인프라 확충에는 지역 내 기업과 대학이 협력하여 공동 연구소를 개설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이 연구비 및 연구소 운영을 위한 예산을 투자하면 대학에서는 실제 연구를 통해 높은 가치를 지닌 성과를 도출하여 기술 이전 및 사업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대학의 목표에 부합되는 우수한 연구인력 또한 양성할 수 있다.

셋째, 연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의 연구 환경 개선과 기존의 정량 평가 중심의 업적 평가 체재의 개선이 요구된다. 현재 대학의 연구자들은 연구뿐 아니라 그에 수반되는 수많은 행정 업무를 함께 처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관련 제도의 개선을 통해 행정 제반 사항을 축소 및 간소화하여 연구 이외의 업무에 대한 부담을 감소해 나가야 한다. 또한 정량 지표 위주의 평가 체제로는 진정한 연구자의 연구역량을 평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연구의 획일화를 불러올 위험이 있기 때문에 연구의 독창성, 가능성, 사회 기여 정도 등을 포함하는 정성 지표를 함께 평가함으로써 획일적이고 성과 지향적 연구에서 벗어나 질 높은 연구수행을 촉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 공동 연구의 활성화는 연구 경쟁력의 향상을 초래한다. 국제 공동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타 전공을 경원시하는 우리 대학 특유의 칸막이 문화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칼텍(CALTEC)의 발전 배경에 여러 학문간의 협동 연구 강조와 지속적인 실천이 있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역시 개방적인 연구문화를 조성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 경쟁력은 연구 및 기술 경쟁력과 불가분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를 발전시키고 앞서 나가게 하는 연구성과의 다수가 대학에서 창출되었음을 유념해야 한다. 대학은 새로운 지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혁신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주체다. 대학 연구 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집필: 김정겸(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2022-06-13

출처: 중도일보 http://www.joongdo.co.kr/web/view.php?key=20220613010002467

댓글
* 이메일이 웹사이트에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