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이 무척이나 시끄럽다. COVID-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다수의 사상자 및 빈곤 인구가 발생했다. 성별, 세대 간 갈등은 해소될 전망이 보이지 않으며, 라니냐로 인한 최악의 가뭄, 미세먼지, 납 중독 등의 환경 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이와 같은 문제는 어느 한 지역,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에 그 영향을 미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내 삶의 문제가 전 지구적 문제가 되고, 전 지구적 문제는 곧 내 삶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에 최근 교육계에서는 '세계시민'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세계시민이란 지구촌의 다양한 문제를 자기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협력하는 자세를 지닌 사람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를 예로 들 수 있다. 2018년 당시 15살에 불과했던 그는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많은 사람이 그를 응원하고 동조했으며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세계 곳곳에서 기후와 관련된 다양한 연대 활동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는 우리가 그리는 세계시민으로서의 미래세대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2015년 UN은 세계교육포럼에서 SDGs(지속가능 개발목표) 발표를 통해 세계시민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우리나라 또한 이에 발 맞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범교과학습주제는 인권과 다문화, 민주시민성, 환경 및 지속가능발전 교육 등 세계시민교육의 요소를 상당 부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이 핵심적 교육목표로 세계시민의 육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전담부서를 조직·운영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일반교과와 연계한 세계시민교육을 운영하거나 다문화 감수성 교육, 실천 중심의 환경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 현장에서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세계시민이 등장하기는 아직 어려워 보인다. 우선 교육 대상 차원의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세계시민교육의 주요 대상은 초·중등 학생들이다. 그러나 정작 가정에서 아이들의 실천을 지지하고 도와줄 학부모는 그 대상으로 잘 고려되지 않는다. 그레타 툰베리의 행동과 실천의 밑바탕에는 부모의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이 있었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가정 내에서 전 지구적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때 비로소 우리 아이들의 실천을 지지하고 지원해 줄 최고의 협력자를 얻을 수 있다.
학교 차원에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세계시민교육이 인권, 평화, 문화 다양성, 환경, 성평등, 빈곤 등 다양한 주제들을 포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일부 주제에 대한 지식 습득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리 아이들이 진정한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실천과 그로 인한 변화를 경험하게 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작은 행동이 주위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의 계기가 되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더욱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며, 행동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지역 차원에서는 또 어떠한가.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세계시민교육을 영어 교육, 또는 국제교류 활성화 등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어 지역 내 자원의 활용에 소극적이다.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인식 전환과 더불어 지역-학교 간 연계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지역 내 다양한 자원이 세계시민교육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면, 아이들에게 더욱 풍부하고 폭 넓은 실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세계시민의 육성은 앞으로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우리 교육현장에서도 인류의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인물이 다수 등장할 그날을 고대해 본다.
집필: 김정겸(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2022-07-06
출처: 대전일보 http://www.daej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0120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