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여기저기에서 학생이 부족하다고 난리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정원 미달률이 최대 90%에 달한 대학이 있으며, 전국적으로 20개 이상 대학에서 20% 이상의 정원 미달률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대다수가 지방대학이다. 지방거점국립대의 경우는 상황이 다소 괜찮은 편이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점차 입학생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고민이 심심찮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 입시 전문회사에서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1, 2등급뿐 아니라 3, 4등급의 학생들도 지방보다는 수도권 대학 진학을 더 원하고 있다고 한다.

정원 미달 문제는 곧 대학의 재정 부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인지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은 주로 재정적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부에서는 사립대학구조개선법을 발의해 대학의 경영 정상화를 유도하고자 하고 있으며, RISE 사업을 통해 지역의 대학지원 권한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학생 수를 걱정하는 것 이상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양적인 부족이 재정의 문제로 이어진다면, 질적인 저하는 대학의 경쟁력과 브랜드가치의 저하를 가져오며, 결국 지방대학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리츠메이칸(立命館) 대학에서는 협정교(協定敎) 프로그램을 통해 고등학교 3학년에게 대학의 강의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고취시켰다. 또한 모든 프로그램을 훌륭히 수료한 학생이 리츠메이칸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고교-대학 연계 특별 추천 입학제도를 운영한 바 있다. 한편, 이와 같은 해결책은 비단 고등학교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니시큐슈(西九州) 대학에선 부속유치원의 교사 및 아동학과, 유아보육학과 등의 소속 학생들을 활용해 초등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산코아동클럽'이라는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육아에 용이하면서도 양질의 교육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학부모의 지역 정주 및 인재 육성에 기여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지방대학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역 내 초중등교육 환경의 질을 높임으로써 우수한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이들이 자연스럽게 지역대학으로 입학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돌봄 및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초등교육에서 가장 수요가 높으면서도, 질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돌봄이다. 전문성 높은 대학의 인적자원과 양질의 물적자원을 지원해 돌봄 및 방과 후 프로그램의 질과 다양성을 보장하고, 이들이 우수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본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는 대학의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자유학기제가 중학교 1학년 시점에 시행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중학교는 진로 탐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이다. 대학의 교수들이 지닌 방대한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학교-대학-유관기관 사이의 진로체험 망을 구축하면 기존보다 더욱 폭넓은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목표의식을 제공함은 물론, 자연스럽게 대학에 대한 친밀감과 진학 욕구를 촉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대학-고교 수업 연계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고교학점제의 시행에 따라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교과 및 분야를 선택해 수강할 수 있게 변화돼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수나 전문성 등의 문제로 분야별 심화학습이 원활히 이루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는 대학이 보유한 분야별 전문인력의 제공을 통해 보완될 수 있다. 대학은 분야별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도하고 이들이 대학에 스스로 입학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각 지역의 우수한 학생을 어떻게 해당 지역에 있는 대학으로 오게 할 것인지에 대한관점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가만히 우수한 학생이 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대학이 나서서 지역 전반의 교육 환경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이 자라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지역의 대학으로 찾아오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


집필: 김정겸(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2023-05-31
출처: 대전일보(http://www.daej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6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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