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 대학 세계시민교육 미래인재 양성사업단에서 국내 유명 외국인들을 초빙해 '타자의 입을 통해 듣는 우리 이야기'라는 주제로 세계시민교육 세미나를 개최한 적이 있다. 이 행사에서 우리가 외국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에 대한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러시아 출신의 강연자는 러시아인들이 언제나 보드카를 마신다거나, 러시아에 길거리에는 곰이 돌아다닌다는 등의 편견이 근거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네팔 출신의 강연자는 네팔 사람 중 부자만이 한국으로 유학 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밝히고, 이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단순히 재미로, 혹은 무지로 인해 쉽게 입에 담는 이야기들이 그들에게는 마음의 상처로 다가왔던 것이다.

충남대 세계시민교육 미래인재 양성사업단에서 대전·충남·세종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다문화 교육과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의식 수준을 조사한 결과, 과반수 이상인 55.8%의 지역민들이 외국인 근로자가 늘수록 범죄율이 올라간다고 응답했다. 또 사회문화적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질문에도 73.3%의 지역민들이 그렇지 않다고 응답해 다른 문화로 인한 차별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기준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약 16만 6000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대학생 수의 약 5.3%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런데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사실이 있다. 바로 중도 탈락 외국인 유학생 수다. 대학 알리미를 통해 공개되고 있는 통계자료를 보면, 2020년 6176명, 2021년 6542명, 그리고 2022년 7072명 등 매해 적지 않은 수의 유학생들이 대학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고 있다. 중도 탈락의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한국 학생들의 배타적이거나 차별적 태도, 잘못된 문화 이해로 인한 갈등 등이 이들의 유학 생활을 어렵게 한 요인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개선해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편견과 선입견을 조사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편견은 미디어를 통해 습득한 이미지가 또는 몰이해가 원인이 되는 등 그 유형과 내용이 매우 방대하다. 각 원인에 대한 정책을 수립, 수행하는 것이 요구된다.

지역 차원에서는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한 자리에서 지역민과 외국인이 함께 상호작용하며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 이로써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며 이를 바탕으로 서로 간에 유대관계가 형성되면서 진정한 다문화·다인종 사회가 이뤄질 수 있다.

대학에서는 다문화 및 문화 다양성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학은 외국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대표적인 기관이면서, 교육을 위한 모든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어 국제 교류 및 교육을 위한 최적의 장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유학생을 비롯한 다문화 학생들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교육 및 지원체제를 갖춤으로써 이들이 대학에 잘 적응하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대학에서는 유학생들의 중도 탈락률이 매우 낮다. 이들 대학들의 경우 공통적으로 교수 및 한국인 학생들과 유학생들 사이의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담 직원의 배치 등을 통해 편견과 몰이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 차원에서는 다른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우리가 현재 접하고 있는 외국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의 진실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 또한 편견으로 상처받는 일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며 역지사지의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이 단시일 내에 사라질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 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곧 우리가 글로벌 시민이 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 믿는다.


집필: 김정겸(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2023-02-08

출처: 대전일보 http://www.daej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047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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