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슈가 있다. '심심한 사과 논쟁'이 그것이다. '심심(甚深)'이란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음을 나타내는 표현이지만, 이를 지루하고 재미없음을 나타내는 '심심하다'로 이해한 일부 사람들이 비난을 가하며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유사한 사례로 '사흘'을 4일로 이해하거나, 코로나19 초기 일부 대학생들이 확진으로 인해 공결을 신청할 때 그 이유를 병역(兵役)이라고 작성했다는 등의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발생한 적이 있다. 이른바 문해력(literacy) 저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유네스코 정의에 따르면 '문해'는 다양한 내용에 대한 글과 출판물을 사용하여 정의, 이해, 해석, 창작, 의사소통, 계산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사회 및 기술 발전에 따른 인재상의 변화를 반영하여 문해력이 다양한 분야 및 대상에 대한 역량 또는 지식을 일컫는 의미로 확대되었다.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AI 리터러시, 메타버스 리터러시 등 최근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는 개념들이 이에 해당하며, 이를 연계한 다중문해(multi-literacy) 개념도 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문해력의 개념이 확장되고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해력 향상을 위한 노력이 사회 곳곳에서 요구되고 있다.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교육임을 감안했을 때, 학교는 이를 수행하기 위한 핵심적인 주체가 된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지역민의 문해력 향상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지역은 무너지고, 국가는 미래를 꿈꿀 수 없다. 그러므로 문해력 증진을 위해 학교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부분들을 몇 가지 제시해보려 한다.
우선 학생들의 생활과 연계한 실천적 문해력 교육 활성화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부터 지속적인 문해 교육 프로그램 및 동아리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독서와 작문에 대한 습관을 기르게 하고, 학년 및 학교급에 따라 점차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루도록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때 학생들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설명서나 약정서, 광고 등의 주제들을 함께 다룬다면 삶에 진정으로 필요한 문해력을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이와 더불어 미디어, AI, SW 교육을 연계함으로써 다양한 문해력을 동시에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환경에 구축된 가상 도서관 속에서 독서와 글쓰기 활동을 진행함으로써 기본적인 문해력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메타버스를 비롯한 디지털 환경에 대한 이해와 에티켓 등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또한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학교는 학부모 및 지역민을 대상으로 문해력 교육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필요도 있다. 지자체와 교육청, 지역 내 대학 등과의 연계를 통해 양질의 물적·인적자원을 활용하여 미디어, 디지털, 통계 등 일상에서 요구되는 주제에 대한 문해력 교육을 다양화하여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컴퓨터실이나 교실 등 일부 학교시설을 개방함으로써 원하는 문해력 교육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은 학부모 및 지역민이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며, 더불어 자기 자신의 다양한 문해력을 향상하는 데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브라질의 교육학자 프레이리는 문해력 교육이야말로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비문해는 사람들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앗아가며, 정치에 대한 참여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00년대 초반 문맹 퇴치 운동과 광복 이후의 문맹 퇴치 사업 등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문맹률로부터 현재와 같은 민주주의 사회를 이룩하였다. 그러나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그 의미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위 실질적 문맹의 해소와 다중문해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금은 21세기형 문맹 퇴치 사업이 필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제 문해력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할 수 있다.
집필: 김정겸(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2022-08-31
출처: 대전일보 http://www.daej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02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