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세계인권선언에서는 인권을 모든 인류가 가지는 천부의 존엄성과 평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날 보장받는 인권은 처음부터 쉽게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간의 권리가 존중받지 못하던 시기부터 다양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헌법상으로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지금도 인권 보장을 위해 국제적으로 엠네스티를 비롯한 다양한 인권 관련 NGO가 활동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지역별 인권교육센터, 인권상담센터의 운영 및 학생인권조례 선언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인권을 보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의 인권 보장 측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따른다. 대학과 군 등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이나, 소위 갑질로 인한 직장 내에서의 자살 사건 등이 연일 보도되고, 학교 안에서도 다양한 이유로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최근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BK21 세계시민교육 미래인재 양성사업단에서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권의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8%가 인권이 존중받는 편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한편 지역 내 인권 침해 정도에 대해서는 32.2%가 여전히 인권 침해 문제가 심각한 편이라고 응답했다. 그리고 인권 침해와 차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응답도 49.6%에 달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인권 침해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타인에 대한 공감 부족은 인권 침해를 방조하는 원인이 된다. 공감의 부족은 모든 사람은 근본적으로 동등하다는 인권의식을 상실하게 하고, 내가 겪지 않는 인권 침해에 대해 둔감하게 만든다. 또한 이기주의로 변질된 개인주의는 인권 침해의 직접적인 행동 원인이 된다.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변질되면서, 개인은 오로지 '나'만을 가리키는 말이 되고 있으며 남에 대한 배려는 점차 사라지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다. 그리고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보는 잘못된 사회적 시선도 인권 침해를 부추기는 요소다.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게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홍익인간의 이념과 같이 이제는 인권의 웰빙(well-being) 시대를 열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로 역지사지를 통해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남도 싫어하기 마련이다. 상대방의 입장과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나의 사소한 행동과 말들이 그들에게 있어 편견과 차별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나아가 그들이 겪은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게 된다. 아이들의 윤리 교육에서 역할놀이를 자주 활용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둘째, 사회적 지지를 통해 인권 침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줄 필요도 있다. 나 또는 누군가의 자유와 평등이 침해받고 있다고 외쳤을 때, 옆에서 지지하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있다면 이는 곧 용기가 되고, 부당함에 대항할 힘이 된다. 피해자를 보호할 법규와 제도도 물론 필요하지만, 지역과 사회, 개인이 협력하여 인권 침해를 예방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역민 모두가 함께하는 다양성 이해 교육이 필요하다. 다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배경에 대한 지식과 지속적인 만남이 필요하다. 다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무지에서 나온다. 익숙해질수록, 그리고 차이가 발생한 배경을 알게 될수록 다름을 그저 다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우리는 흔히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말을 하고는 한다. 그 속에는 나의 자유와 의지, 권리가 존중받고, 보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 또한 그들이 그들 삶의 주인공임을 쉽사리 망각한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삶의 주인공으로 존중받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사회가 오기를 소망한다.
집필: 김정겸(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2022-08-03
출처: 대전일보 http://www.daej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016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