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대학에서 대체 무엇을 가르쳤는지 신입사원이 아는 게 없다"라고 대학에 불만을 토로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최근 대학에서도 비슷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는 점이다. 대학에 재직 중인 일부 교수들은 요즘 신입생들의 기초학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대학에서 학습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초 교과조차 배우지 않고 진학하는 경우도 많아 가르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호소한다.

2017학년도에서 2020학년도 사이 입학한 서울대 신입생의 기초과목 수강 비율을 살펴보면, 수학 영역의 경우 2019년 14.37%에서 2020년 15.02%로, 영어 영역의 경우 2017년 29.55%에서 2020년 33.26%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입생들의 기초수학 및 영어 실력이 점차 하락하고 있음을 보이는 것이다. 지방대는 더욱 심각하여 기초용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공계열에 입학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적분을 할 줄 모르는 학생도 부지기수다.

이와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젊은 층의 문해력 저하 또는 선택과목 제도의 도입 및 문·이과 통합 등 교육과정의 문제가 지목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남 탓만 할 수는 없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교육기관으로서 품에 안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성장을 지원하여 사회로 내보내는 것이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부족하다면, 대학은 이를 향상시키고 대학교육에 잘 적응하여 미래사회에서 요구되는 핵심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

필자가 근무 중인 충남대학에서는 입학예정자를 대상으로 기초수학 및 기초물리학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입학 이후에는 전문기초교양 교과와 수학, 물리, 화학 분야에 대한 수준별 기초학력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재학생이 전공 수업을 성공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영어의 경우 수준에 따라 대학영어Ⅰ과 대학영어Ⅱ 중 하나를 이수하되 일정 수준 달성 시 이를 면제해주고 있으며, 재학생의 기초 학습역량 및 문해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학습지원 프로그램과 독서 증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시작으로 기초학력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흔히 기초학력이 낮다는 말을 학업능력이 부족하다는 말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이 곧 대학에서의 학습에 요구되는 인지적 능력이 부족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입학을 허가했다는 것은 곧 대학에서 학습할 수 있는 충분한 학업능력이 있음을 확인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초학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결국 낙인이 되어 학생들이 기초학력 증진 프로그램 참여를 기피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모든 학생들이 인문학과 기초과학 지식을 함양하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인문학과 기초과학지식은 모든 학문의 근간이며 4차 산업혁명시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융합교육의 기초이다. 이를 위해 인문학과 이공계열 학문이 결합된 융합 교과의 개발과 운영을 장려할 수 있도록 기초·교양 대학의 설립을 통해 체계적인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충분한 기초를 쌓고 이를 토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체계화하는 일이다. 신입생 때는 진단평가에 기반한 수준별 기초 교과 이수를 통해 기초를 튼튼히 하고, 2학년 과정에서 전공 분야의 기본적인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며, 3학년 과정에서 심화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 4학년 과정에서는 지역 내 위치한 관련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실제 현장에서 지식을 적용해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창의적 문제해결력과 의사소통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는 곧잘 뿌리의 존재를 잊고는 한다. 깊은 땅속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육도 그렇다. 기초가 부실하면 좋은 인재를 길러내기란 요원한 일이다. 대학교육의 기초는 무엇이며, 이를 튼튼히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학 구성원의 지속적인 논의와 고찰이 필요하다.


집필: 김정겸(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2023-01-11

출처: 대전일보 http://www.daej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043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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